우연히는 아니고 업무상 베트남에 잠시 상주하기로 시작한지 어느덧 일년이 다되어가는 데 어느날 문득 베트남어 한마디 제대로 하는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 바로 시원 스쿨의 인터넷 강의를 등록하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몇년동안 중국에서 살면서 어느 정도 중국어를 사용했고, 베트남어도 많은 단어가 한자에서 유래되었다기에 베트남어도 금방 배울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한달을 공부를 해보니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은 차이점과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성조입니다.
중국은 4성, 베트남은 6성이 있는데 이게 중국의 성조와는 미묘하게 다릅니다. 정말 많은 연습을 하지 않고는 비슷한 발음을 내기가 어렵고, S와 X나 T나 Đ 은 한국 사람이 흉내내기 쉽지 않은 발음입니다. 이외에도 Nhg, Ng 발음 역시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성조까지 들어가니 이건 정말 뭐라 해야 할지.. 단적인 예로 베트남어를 몇마디 외워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말해보면 80% 확률로 못 알아 듣습니다.
그 다음 애로 사항은 동음 이의어 입니다.성조하고도 연결이 되는 데, 중국어의 경우 발음이 같거나 발음은 같은데 성조가 다른 경우에도 한자 자체가 틀리기 때문에 최대한 글자로는 구별이 용이한데 베트남어는 같은 알파벳에 성조나 발음 기호가 다른 글자들이 많아 쉽게 헷갈립니다.
예를 들어, 손위사람을 뜻하는 anh과 사진을 뜻하는 ảnh 은 알파벳은 같으나 모음이 달라 다른 경우이며,
숫자 5를 뜻하는 năm과 년(年)의 năm 은 발음과 글자가 완전히 같은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뜻하는 tôi와 저녁을 뜻하는 tối는 알파벳은 같은데 성조가 다른 경우입니다.
이러다 보니 공부를 하다 같은 단어를 만나게 되면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글도 글자와 발음이 똑같은 경우가 있는 걸 보니 이건 베트남어만의 특징이 아니라 언어가 가진 공통점이 아닌가 싶네요. (말과 말, 밤과 밤, 사과와 사과 등등)
다음으로 어렵다기보다는 특이하다고 느낀 게 바로 호칭 체계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서열을 중요시 해서 인지 손위사람과 아랫 사람간의 확실한 호칭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맨 처음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일단 나이 확인을 통해 호칭부터 정하고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대화를 할때 한국어나 영어는 모두 대명사를 사용하는데 베트남어는 호칭을 사용하더군요. 예를 들어, 한국말로 나 밥 먹었어 라고 할 경우, 베트남어는 형(동생)은 밥을 먹었어 라고 합니다. 이건 처음에 좀 어색해서 그렇지 조금 사용하니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자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쉽게 배울 수 있는 점도 있는데 바로 한자가 어원으로 보이는 단어들의 발음은 한국어나 중국어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시원스쿨의 강좌를 보니 한자로 풀어보는 베트남어라는 강좌가 있을 만큼 많은 단어들이 중국어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를 뜻하는 한국을 한궈억(hán quốc)이라고 하거나 감동이란 말은 깜동 이라고 한다던지 제법 비슷한 단어들이 많은데 이건 한국어와 베트남어가 비슷하다기 보다는 같은 한자를 사용한 배경으로 비슷한 발음과 뜻을 가진 글자가 많아서라고 생각이 됩니다. 따라서, 중국어를 아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단어를 배울 수도 있겠다 싶네요.
한달동안 베트남어를 배우면서 느낀 점은 여기까지 입니다. 조금 더 베트남어를 공부해보면서 개인적인 노하우가 좀 쌓이면 그걸 모아서 글로 남겨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