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어느 유튜브에서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한권짜리 인줄 알고 가볍게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두권짜리 장편 소설이었고, 그렇지만 많이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읽어 본 몇몇 미국 고전 소설들은 좀 어려웠는데, 이 책은 읽는 내내 조금은 힘들었지만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늘 그렇듯이 리디북스의 이북을 통해 접하게 된 책입니다.

1930년대 어느 미국 농가의 가족들이 가뭄으로 저당잡힌 토지를 잃게 되어, 온 가족이 젖과 꿀이 흐르는 서부 캘리포니아로 이동해 가는 동안의 역정을 묘사한 소설입니다. 네이버에서 나온 책소개를 보니 출판 당시 한동안 금서 목록에 올랐다고 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당연히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미국이라는 기회에 땅에 살고 있는게 믿겨지지 않은 수많은 농민들의 고난한 삶과 일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소설책의 한가지 기능이라 할 수 있는 1930년 미국인들의 삶을 불편한 마음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 이 시기를 겪었을 미국인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묘한 느낌과 함께 책 곳곳에 저자가 묘사한 현대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들을 무려 백년이 지나온 지금도 다른 모습을 한채 살아 있지 않을 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읽었던 여타 다른 미국 소설들과는 달리 어렵지 않은 문체나 스토리가 특히나 괜찮았습니다.

당시 미국의 가부장적 문화, 농촌과 도시간의 간격,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들을 엿볼수도 있었고 가난으로 인해 점점 무너져 가는 한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도 던져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조드라는 청년으로 시작하였으나, 제가 느끼기엔 그 이야기의 중심이 점점 그의 어머니로 이어지게 되면서 약간은 아쉽게 소설을 끝나게 됩니다.

이 소설책을 보면서 여타 소설책과는 다르게 여기 저기 인상 깊은 구절에 밑줄을 끄어가며, 백여년 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어쩌면 지금도 우리는 이 당시와 모습과 방식이 바뀌었을뿐 비슷한 삶이 데자뷰되는 게 아닐 까 하는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최저 시급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 등 당장 먹을 것을 걱정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같은 노동자들이 한정된 일자리를 둘러 싸고 대립하는 모습은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그것들과 낯설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귀 기울여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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