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전차(春秋电车) 시대

요즘 자동차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들을 보면 예전 휴대폰 시장이 떠오릅니다. 20여년전 휴대폰 시장이 열리면서 수많은 휴대폰 메이커들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지금은 몇개의 브랜드가 남게 된 지금의 전기 자동차 시장을 보면 그때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잊혀진 브랜드이지만 팬텍, 텔슨, 노키아, 모토로라 심지어 얼마전 사업을 철수한 LG까지 기라성 같은 기업들이 휴대폰 사업 뛰어들어 개화하는 휴대폰 시장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다가 현재는 글로벌 브랜드로는 애플과 삼성 정도가 남았고, 나머지는 화웨이, 샤오미와 같은 중국 브랜드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죠.

2022년 전기차 시장을 보면 그때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자동차 시장의 강자들이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여 제때 대응을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업체들이 진입하여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마치 애플 아이폰처럼 테슬라가 팬덤을 만들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것도 20여년전의 휴대폰 시장과 비슷해 보입니다.

게다가 완성차 시장의 경쟁력이 약한 중국이 원자재 시장을 선점하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마치 통신시장의 3G를 건너뛰고 4G로 넘어간 것처럼 내연 기관 자동차 기술이 약한 중국이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는 것도 유사해 보입니다.

요즘 중국 특히 제가 사는 광동성은 전기차 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이 몰려 있어서 그런지 시내에서 전기차가 늘어가는 것이 눈에 띄게 보이고, 충전 시설 역시 시내 곳곳에 설치가 진행 중이라 인프라면에서도 확실히 앞서 나가는 느낌입니다. 기사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 중국에서만 약 26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되었다고 하니 올해는 전체 중국에서 판대되는 차량의 5대중 1대는 전기차일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중국 자동차 전문 사이트인 autohome.cn의 전기차 관련 섹션에서 인기 브랜드를 선택하면 위와같이 테슬라, BMW와 폭스바겐을 제외하면 나머지 8개 브랜드가 모두 중국 자동차 회사들입니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는 테슬라 정도가 의미 있는 마켓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기타 전통적인 내연 자동차 업체들의 점유율은 미미하게 느껴집니다.

최근에 중국 대형 자동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에서 판매중인 ZEEKR란 브랜드의 차를 보고 왔는데 장착 된 배터리는 무려 100Kw 나 되고, 하드웨어 품질도 나쁘지 않았습니다.(소프트웨어 파워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테슬라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모델3나 Y의 기본 모델에 60Kw 배터리를 장착했는데 이제는 거의 두배에 가까운 배터리를 장착한 차들이 심심치 않게 출시가 되는 걸 보면 주행거리의 한계는 곧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급속 충전 기술이 그것을 따라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운전보조 기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가 테슬라를 따라 갈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 듭니다. 물론 니오NIO의 경우 배터리 교체 시스템으로 앞서나가고는 있지만 기타 업체들에게서는 니오와 같은 차별점을 아직은 찾기 힘듭니다.

테슬라가 자동차의 애플이라면, 중국 브랜드들의 자동차는 자동차의 화웨이나 오포와 같은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거대한 내수시장과 중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개발투자와 판매를 지속한다면 지금은 중저가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샤오미나 오포처럼 자동차 시장 역시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겠죠. 그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자동차 업체는 어떠한 포지셔닝과 제품으로 이 두 거인들을 상대할 지도 앞으로 관전 포인트인데 마치 지금의 삼성처럼 살아남아서 전기차 시장에서도 선전해 주길 주주입장에서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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