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중국 비자 제한 조치가 해제되자 마자 한국을 경유하여 중국 광저우로 입국을 하였습니다. 중국은 해외 입국자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숙소를 지정하여 14일 동안 격리를 시키는 데 3성급 호텔을 숙소로 지정받아 지내면서 느낀 점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살면서 한 곳에 갖혀서 지낸다는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닌데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살아오면서 한번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 흐름에 따라 느낀 감정들을 적어보면
입소(?)부터 이틀 정도까지는 오랜만에 갖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됩니다. 누가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딱히 뭘 해야 할 것도 없으니 책도 읽고 유튜브도 좀 보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틀정도가 지나니 이제 지겹기 시작합니다. 갑갑합니다. 어디 갈수도 없고, 호텔방안에서 서성거리는 게 전부이고 이제 볼거리도 별로 없습니다.(원래 드라마나 영영화를 즐겨보지 않아서인지도 모릅니다.) 괜히 여기저기 카톡을 넣어서 말을 걸어봅니다. 한탄도 해보고 투정도 부려봅니다.
5일차가 되니 이제는 적응을 하기 위해, 나름의 생활 규칙과 일거리를 만들어냅니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맨손 체조도 하고, 공부도 조금 합니다. 일부러 빨래를 해서 널어놓기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커피를 마십니다. 가끔 외부 식사도 시켜서 기분 전환도 시도합니다.(너무 자주 시키면 특식의 의미가 없으니 정말 제공되는 식사가 지겨웠을 무렵 한번씩 시켜먹습니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지내다 보니 어느새 퇴소(?) 날짜가 다가옵니다. 이제는 나갈 준비를 3일전부터 시작합니다. 빨래도 미리 해서 나갈 때 입을 수 있게 준비하고, 쓰레기들을 모아 버리고, 옷들을 정리하고 늘어놓았던 물건들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마침내 14일의 짧지 않은 격리가 끝나고 바깥 세계와 마주하면서 그동안 단절 되었던 세상과 다시 마주하고 격리의 좋은 경험을 이어가겠다는 헛된 다짐을 하면서 일상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격리 기간 동안 새롭게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이 몇 가지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술 안 먹어도 크게 지장 없다
- 그동안 밥 외에 너무 많은 걸 먹고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 시간은 언제나 잘 간다
- 나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 돈은 어쨌든 쓴다
- 수염은 아무나 기르는 게 아니다
-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광저우(广州)기준 호텔 격리 팁(TIP)
- 중국어가 안되면 뒤로 밀릴 수 있으니 중국어 가능자와 동행 필요
- 호텔에는 냉장고가 없음
- 가끔 외부 창문이 없는 호텔방이 걸릴 수 있으니 무조건 비싼 방으로 선택 추천
- 3끼 제공되는 식사는 하루에 90위안(중국 음식에 익숙하지 않으면 라면 등을 미리 준비)
-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하므로 메이탄(美团)에서 주문이 가능
- 하루 2번(오전,오후) 체온 체크함
- 마지막 날 오전에는 코로나 검사 진행(목젖에 면봉을 넣는 것만)
- 침구류는 교체해주지 않으나, 수건과 칫솔등은 추가 제공 됨(요청시)
- 인터넷 속도는 오전엔 양호하나 오후부터 저녁에는 굉장히 느림(특히, VPN연결시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하게 됨)
- 위챗(微信) 페이가 가능하면 수속 시간이 단축됨(신용카드 비추)